산업용 전기요금 올리고, 가정·업소용 동결

2024.11.01

정부가 각 가정과 소상공인(업소용)에게 부과하는 전기요금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되 산업용 전기요금은 10% 가까이 올리기로 했다.

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층과 한국전력(한전)의 경영난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이다.



 

정부의 이번 조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상위 20대 법인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은 지난해 대비 1조2000억 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23일 “그동안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의 일부를 반영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전기요금 조정안을 2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 중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을)’은 10.2% 오른다. 1㎾h(킬로와트시)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인상되는 것이다. 산업용(을) 전기는 반도체·철강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을 영위하는 대기업이 주로 사용한다.

중소기업이 많이 쓰는 ‘산업용(갑)’ 전기요금도 5.2%(1㎾h당 164.8원→173.3원) 인상된다. 산업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전체로 보면 평균 9.7% 인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갑+을) 이용 고객은 총 4만4000호로 전체 한전 고객(약 2500만 호)의 1.7%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의 전력 사용량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53.2%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번 인상 결정으로 한전 경영난이 일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만으로 한전의 전기 판매 수익이 연간 4조70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용(을) 전기요금 인상 폭(㎾h당 16.9원)과 지난해 삼성전자 등 20대 법인이 사용한 전력(총 8만5009GWh기가와트시) 등을 고려할 때 이들 기업이 납부하게 될 전기요금은 산업용 요금을 올리지 않았을 때보다 총 1조20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날 논평에서 “경영 활동 위축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신 정부는 주택용과 소상공인 전기요금은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올해 4분기에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의 연료비조정단가를 직전 분기와 같은 1㎾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요금이 앞으로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2년 이후 총 6차례의 전기요금 인상과 (한전의) 고강도 자구노력에도 국제 연료가격 폭등 등으로 올해 상반기 기준 한전 부채가 203조 원에 달한 상황”이라며 “반도체·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전력망 확충과 전력설비 유지·보수를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물가와 서민경제 부담 등을 고려해 주택용 등 전기요금은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처 : 국제신문, 연합뉴스